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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고괴담 4" – 여성관계, 공포, 미장센

by coffeemoney2 2025.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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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4 포스터 사진

《여고괴담 4: 목소리》는 단순한 유령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성 관계에서 비롯되는 복잡한 감정과 존재의 소멸이 자리하고 있다. 이 영화는 공포의 외형을 통해 심리적 붕괴와 고립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1. 여성 관계의 균열 – 동경, 질투, 침묵의 무게

《여고괴담 4》는 유령의 존재보다는, 유령이 되기까지의 감정적 여정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극 중 주인공 선민과 영언은 예고 합창부에서 함께 활동하며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다. 하지만 그 친밀함은 시간이 갈수록 경계와 거리로 변해간다. 이 관계의 변화는 극 중 공포 요소보다 더 깊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영화는 ‘동경’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질투’로 변모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영언은 선민의 재능과 인기를 부러워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그 빛 속에 묻히고 있다는 사실에 위축된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이 감정은 결국 폭력성과 소외로 이어지고, 이는 선민의 의문사라는 비극적 결말로 연결된다.

이 영화는 말보다 '침묵'이 더 무섭다. 선민이 죽은 후, 그녀의 존재는 학교 안에서 잊혀지기 시작하고, 친구들조차 입을 닫는다. 이는 곧 존재의 소멸로 이어지며, 죽은 자의 목소리가 왜 계속 울리는지를 설명해주는 장치다. 선민의 유령은 단지 복수귀가 아니라, 잊히는 것에 대한 저항 그 자체다.

여성 관계 안에서의 ‘우정’과 ‘라이벌’, ‘의존’과 ‘배신’의 이중적인 감정 구조는 단순히 사춘기의 흔들림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사회가 여성들에게 기대하는 관계성과 감정의 억압이 만들어낸 결과다. 여고괴담 4는 이 같은 복잡한 감정들이 쌓여 결국 한 인물의 존재마저 지워버리는 과정을 섬뜩하고도 조용하게 그려낸다.

2. 공포의 본질 – 유령이 아니라 잊혀짐

《여고괴담 4》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귀신이 아니다. 공포의 본질은 바로 ‘존재의 부정’과 ‘기억의 삭제’에 있다. 선민은 죽은 후에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교내를 떠돌지만, 학생들과 교사는 그녀의 흔적을 외면한다. 기억되지 못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영화 전반에 흐른다.

심지어 가장 가까웠던 친구 영언조차, 선민을 기억에서 밀어내려 한다. 그 이유는 죄책감이 아니라 생존이다. ‘죽은 자와의 연결’은 현실에서의 고립과 낙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한국 사회가 ‘문제’ 혹은 ‘비정상’으로 분류된 존재를 얼마나 신속하게 제거하고 잊는지를 드러낸다.

선민의 유령이 집착하는 것도 복수라기보다 ‘기억되고자 하는 절박함’이다. 선민은 “난 여기에 있어”라고 외치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 이 장면은 단순한 호러를 넘어 존재론적 공포로 확장된다. 이는 10대 여성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무시당함’과 ‘지워짐’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을 상징한다.

이처럼 영화는 시각적 공포보다는 정서적 불안을 중심에 둔다. 무서운 장면은 많지 않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묘한 무기력과 쓸쓸함이 남는다. 이는 ‘공포’라는 장르가 반드시 자극적이거나 잔혹해야만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여고괴담 4》는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가장 깊은 공포를 남긴다.

3. 목소리와 침묵 – 여성 공포의 미장센

영화의 부제 ‘목소리’는 단순한 소리의 의미를 넘는다. 이는 존재를 알리는 수단이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그 목소리를 억누르거나 듣지 못한다. 이 ‘침묵의 구조’가 바로 여성 공포의 핵심이다.

음악실이라는 공간은 감정의 표출과 억압이 동시에 존재하는 장소다. 노래는 감정을 드러내지만, 그 안에서 누구는 주연이 되고 누구는 배제된다. 이는 곧 ‘누가 말할 수 있는가’, ‘누구의 목소리가 들리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선민의 죽음은 목소리를 잃은 자의 운명이자, 말할 수 없었던 자의 절규다.

이 영화에서 귀신이 등장할 때마다, 소리가 왜곡되거나 꺼진다. 이는 단순한 음향 효과를 넘어, 여성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무시되고 왜곡되는지를 상징한다. 선민의 유령이 계속 ‘노래’로 다가오는 이유도, 그 목소리가 현실에선 묵살되었기 때문이다.

연출 또한 조용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진행된다. 카메라 워크는 인물의 표정보다 공간의 분위기를 중시하고, 침묵은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는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말하지 못한 여성들’의 공포를 시각화하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

《여고괴담 4》는 결국 ‘말할 수 없었던 이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자주 누군가의 목소리를 외면하며 살아가는지를 되묻는 작품이다. 이 조용한 질문은 어떤 소리보다 강하게 관객의 내면을 울린다.

《여고괴담 4: 목소리》는 유령의 공포보다는, 잊히는 존재와 감정의 침묵에서 오는 섬세한 심리적 공포를 보여준다. 여성 관계의 모순과 상처, 표현되지 못한 감정들이 만들어낸 이 이야기는 지금 다시 봐도 강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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