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히트맨》은 액션과 코미디, 웹툰적 상상력이 결합된 독특한 작품으로, 장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시도가 돋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캐릭터 구조를 중심으로 영화의 장르적 실험과 대중적 흥행 요소를 함께 살펴봅니다.
1. 주인공 ‘준’의 이중성 – 평범함과 비범함의 경계
《히트맨》의 중심 캐릭터 준(권상우)은 전직 국정원 암살요원이자 현재는 잘 풀리지 않는 웹툰 작가입니다. 이 설정 자체가 현실과 허구, 일상과 비일상의 극단적인 충돌을 상징하며, 영화의 장르적 해체를 이끄는 핵심 요소로 작동합니다. 준은 액션 히어로이자 동시에 가정을 책임지는 아버지이며,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 인물입니다.
이 캐릭터는 단순히 유머의 수단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과 욕망, 책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인물로 묘사되며, 현실의 평범한 가장과 특별한 과거의 충돌이라는 서사 구조 속에서 깊이를 갖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관객에게 공감을 유도하면서도, 영화 전반의 코믹한 톤과 균형을 이루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준은 자신이 경험한 첩보 세계를 웹툰이라는 매체를 통해 다시 창조합니다. 이 창조 행위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자신의 과거를 해석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로 읽히며, 캐릭터가 능동적으로 과거를 직면하는 방식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관객은 주인공을 통해 ‘히어로’가 아닌 ‘인간’의 서사를 경험하게 되며, 이점이 영화의 캐릭터 서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여기에 준이 현실과 타협하며 가족의 생계를 고민하는 모습은, 기존 첩보 영화의 영웅상과는 다른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합니다. 과거의 화려함 대신 현재의 불안함을 다룬다는 점에서, 캐릭터는 더욱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감정선을 형성하게 되며, 현대 관객의 정서와 맞닿습니다.
2. 조연 캐릭터들의 클리셰 비틀기 – 장르 해체의 장치들
《히트맨》은 조연 캐릭터들 역시 단순한 기능적 인물이 아니라, 기존 장르 영화의 익숙한 캐릭터들을 유쾌하게 비튼 버전으로 재창조합니다. 국정원 요원, 악당 조직원, 가족 구성원 등은 기존 한국 액션영화나 첩보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캐릭터 유형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들의 역할과 말투, 행동이 코믹하게 과장되며 전혀 다른 인물로 재탄생합니다.
예를 들어, 박희순이 연기한 국정원 팀장 역은 냉철하고 무표정한 기존 이미지와는 달리, 말투와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때로는 허당스러운 모습까지 보이는 입체적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이러한 설정은 관객에게 익숙함과 동시에 신선함을 선사하고, 장르적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의 스타일과 잘 어울립니다.
또한 악당 캐릭터들도 단순히 악역의 기능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각자의 사연이나 동기를 간단하게라도 부여하며, 선악 이분법에서 벗어난 입체성을 부여합니다. 이는 장르의 관습에 대한 비틀기이자, 인물 모두를 극의 흐름 안에서 살아 숨 쉬게 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조연들의 이 같은 설정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서, 장르에 대한 메타적 해석으로 이어집니다. 영화는 우리가 이미 수없이 보아온 첩보물 캐릭터들을 유쾌하게 비틀고, 새로운 시선으로 구성하면서 장르에 대한 고정 관념을 해체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히트맨》은 캐릭터 중심의 풍자적 장르 영화로서 차별화에 성공합니다.
3. 액션, 코미디, 웹툰의 혼종 – 서사와 형식의 실험
《히트맨》의 가장 큰 특징은 장르 혼종입니다. 액션, 코미디, 웹툰적 상상력, 가족 드라마까지 다양한 요소가 뒤섞이지만, 영화는 이를 하나의 일관된 세계관으로 엮어냅니다. 특히 웹툰 형식을 도입한 플래시백이나 상상 장면은 영화의 리듬을 끊지 않으면서도 시청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영화 초반과 후반부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형태의 연출은 시도 자체로도 신선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연출적 실험이 성공적으로 구현됩니다. 이는 극 중 ‘준’이 창작하는 웹툰이 곧 그의 실제 과거와 얽혀 있다는 설정을 강화하는 동시에, 캐릭터 내면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으로도 활용됩니다.
또한 액션 장면 역시 단순한 볼거리에서 그치지 않고, 코미디 요소와 적절히 결합되어 관객의 피로도를 낮추고 몰입감을 높입니다. 싸움 중 대사가 끊이지 않거나, 말도 안 되는 타이밍에 개그 요소가 삽입되는 등, 장르의 틀을 깨는 구성이 관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이처럼 《히트맨》은 장르적 실험을 단순한 스타일로 소비하지 않고, 캐릭터 중심의 서사와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한국 액션 코미디 영화와는 다른 개성을 만들어냈으며, 특히 웹툰 기반 창작물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더불어 영화의 시각적 구성은 동세대 관객의 감각을 반영하면서도, 만화적 유머와 현실감 있는 감정 표현 사이의 균형을 섬세하게 유지합니다. 이는 단순한 흥미 요소를 넘어, 형식 실험과 서사 전략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결과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히트맨》은 전통적인 첩보 액션물의 공식을 따라가면서도, 코미디와 웹툰적 감각을 가미해 장르를 해체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줍니다. 주인공과 조연 캐릭터의 구조, 장르적 전형에 대한 재해석, 형식의 혼종성은 모두 이 영화를 한 편의 유쾌한 메타 장르물로 만듭니다. 가볍지만 구조적으로 정교한 이 영화는, 관객에게 웃음과 함께 ‘장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