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개봉한 영화 *1987*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중대한 전환점이 된 ‘6월 민주항쟁’의 배경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중심으로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닌, 실제 있었던 사건과 인물, 그리고 이를 둘러싼 언론·검찰·시민사회의 역할을 면밀하게 고증해 감동과 충격을 동시에 줍니다. 본 글에서는 영화 속 핵심 실화 요소와 고증의 정확성, 그리고 사회적 파장까지 함께 분석해 보겠습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재현 (사망 사건)
영화 *1987*의 서사는 1987년 1월 14일,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을 중심으로 시작됩니다. 영화는 이 실화 사건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사건의 전개와 은폐 시도의 전말을 보여줍니다. 경찰은 초기 발표에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황당한 발표로 사건을 축소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의사 소견과 내부 고발자들의 증언으로 인해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게 됩니다. 실제로 영화 속 장면들은 많은 부분에서 당시의 기록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고증되어 있습니다. 박종철 역의 배우 여진구는 당시 고문 피해자의 불안과 공포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냅니다. 또한 남영동 대공분실의 분위기, 취조 방식, 경찰 조직 내의 강압 구조 등이 사실적으로 그려지며, 단순한 극적 상상이 아닌 역사적 기록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관객에게 큰 충격을 주는 장면은 박종철이 고문을 받던 과정과, 그의 죽음 이후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경찰 수뇌부의 회의 장면입니다. 이는 영화적 상상이 아닌 실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재구성된 것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민주화의 기폭제가 되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영화 *1987*은 이 실화를 통해 한국 사회에 존재했던 국가폭력의 민낯을 직시하게 합니다.
정의를 선택한 검사, 최환 (검찰)
영화 *1987*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최환 검사’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인물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덮으려는 윗선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정의를 선택한 인물입니다. 당시 정부와 경찰은 박종철의 죽음을 단순 사고로 은폐하려 했으며, 부검조차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최환 검사는 부검을 강행하고, 사망 원인이 물고문임을 밝혀냄으로써 은폐 시도를 무산시켰습니다. 이는 검찰 내부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고, 권력의 눈치를 보던 검사들과의 갈등을 유발했습니다. 실제 최환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도 비교적 보수적인 인물이었지만, 이번 사건만큼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소신을 지켰습니다. 그는 "검찰은 권력의 시녀가 되어선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고, 그의 고집 덕분에 사건은 공론화되었습니다. 영화는 이 지점을 단순히 영웅주의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치열한 현실 속 고민과 결단을 사실적으로 표현합니다. 하정우의 연기도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내면의 갈등과 용기를 충분히 담아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검찰은 오랫동안 권력의 도구로 여겨져 왔지만, 이 사건을 통해 ‘정의 실현 기관’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는 최환이라는 인물을 통해 공직자 개인의 결단이 사회에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오늘날 검찰이 가져야 할 자세를 반문하게 합니다. 특히, 당시 검찰 수뇌부와의 긴장 관계, 법률적 논쟁, 진실을 위한 내부 문서 전달 등은 영화적 상상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기록과 증언에 기반하여 연출된 것이기에 더욱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이 장면들은 한 개인의 정의로운 선택이 결국 국가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진실을 파헤친 언론의 힘 (언론)
1987년 당시 언론 환경은 오늘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통제와 검열이 심했습니다. 정부는 신문사와 방송국에 대한 보도 지침을 철저히 전달하며, 권력에 불리한 사실은 절대 보도되지 못하게 했습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도 처음에는 정부가 완벽하게 통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정의로운 언론인들이 ‘기레기’라는 비아냥을 감수하며 진실을 파헤쳤고, 이는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영화 *1987*에서는 이런 언론의 역할을 극적으로 묘사하면서, 단순한 중립적 보도가 아닌 ‘행동하는 언론’의 중요성을 부각시킵니다.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유해진이 연기한 반장으로, 그는 형사지만 기자와 내통하며 경찰 내부의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비공식적인 정보 제공이긴 하지만, 이는 진실 보도의 계기가 되었고, 이 ‘작은 틈’이 결국 역사를 바꾸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영화는 반장의 인간적인 고뇌와 위험한 선택을 통해, 당시 사회에서 진실을 밝히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실감 나게 보여줍니다. 또한, 반장과 접촉하는 기자들 역시 단순히 팩트를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어떤 압박과 희생을 감수했는지를 입체적으로 표현합니다. 당시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창간준비위원회> 등 언론의 일부 기자들은 박종철 사건이 단순한 사고사가 아님을 직감하고, 부검 소견서, 내부 문건, 익명 제보 등을 활용해 진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이 보도들이 축적되며 여론은 거세졌고, 결국 6월 항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언론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축이며, 그 가치를 영화는 놓치지 않고 담아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영화가 언론인을 이상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현실의 압력 속에서 갈등하고, 때로는 후퇴하지만 결국엔 ‘지금 내가 이걸 하지 않으면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는 책임감으로 행동합니다. 이는 오늘날 언론에게도 큰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의 언론은 과연 1987년처럼 권력을 감시하고 있는가?" *1987*은 진실을 향한 언론의 역할과 용기를 통해, 지금의 우리 언론 환경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하게 만듭니다.
영화 *1987*은 단순한 역사 영화가 아니라, 실화를 정교하게 고증하고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검찰의 선택, 언론의 보도는 모두 민주주의를 향한 수많은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를 다시 감상하며, 우리는 지금의 자유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