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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광주 이후의 이야기로 보는 현재의 우리-후속세대, 트라우마, 부채

by coffeemoney2 2025.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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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6년 포스터 사진

영화 26년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26년이 지난 2006년을 배경으로, 당시의 학살 책임자에게 복수를 기획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단순한 정치 영화가 아니라, 광주를 기억하며 살아가는 후속세대의 분노, 트라우마, 도덕적 부채를 고발하는 영화로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26년이 다루는 세대적 감정과 역사적 맥락을 중심으로, 우리가 광주 이후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조명해 봅니다.

1. 복수는 왜 후속세대의 몫이 되었는가 (후속세대)

영화 26년의 주인공들은 모두 1980년 광주와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경찰특공대 출신, 사격 국가대표, 조직폭력배 등 사회적 위치는 다르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딸’로서 학살의 유가족이거나 생존자의 가족입니다. 이들이 직접 복수를 실행하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의는 오지 않았고, 책임자는 처벌받지 않았으며, 국가는 침묵했기 때문입니다. ‘26년’이라는 시간은 단지 숫자가 아니라, 오랜 침묵과 무책임, 그리고 사회적 외면의 시간을 상징합니다. 후속세대는 그 사이에서 성장했고,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지워지지 않는 고통의 유산을 안고 살아가야 했습니다. 영화는 이들의 시선을 통해, 복수가 단순한 보복이 아닌, ‘부정된 정의’에 대한 본능적 요구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이들은 국가로부터 잊히고, 사회로부터 외면받은 존재들입니다. 그들의 고통은 애써 외면당했고, 그들의 목소리는 종종 '과격'하거나 '불편한 진실'로 치부되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묻습니다. “정의가 행해지지 않았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는 단순한 영화 속 설정이 아니라, 지금을 사는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질문입니다.

2. 세대를 관통하는 트라우마,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 (트라우마)

26년은 세대 간의 단절이 아닌 세대를 관통하는 트라우마를 그립니다. 광주에서 총탄에 부모를 잃은 아이는 자라서도 그 날의 기억을 지우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단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상처로 남아 끊임없이 집단적 트라우마를 재생산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광주의 책임자를 단죄하려는 장면은 단순한 복수의 쾌감이 아니라,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만들어낸 분노의 폭발로 읽힙니다. 그리고 이 감정은 광주를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지금의 세대에게도 공유되는 정서입니다. 왜냐하면 광주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며, 여전히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기억과 교육’이라는 키워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종종 ‘과거는 잊자’고 말하지만, 그 말 자체가 상처를 덮고 방치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영화 26년은 그 반대의 길을 제시합니다. 기억하자, 말하자, 행동하자는 것입니다. 트라우마는 무시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하고, 공동체가 책임을 분담해야만 치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는 광주를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고통이자 미래의 교훈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이 영화가 2006년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2020년대의 관객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바로 이 트라우마의 전이와 공감 때문입니다.

3. 광주의 부채,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부채)

영화 26년이 궁극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복수의 정당성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곧 “우리는 광주로부터 어떤 도덕적 책임을 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영화는 특정 세대나 피해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짊어진 ‘부채의 이야기’입니다. 이 부채는 단지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도덕적·역사적 책임입니다. 진실을 덮고 침묵으로 일관해 온 국가, ‘폭동’이라는 단어에 편승해 왔던 언론, 무관심과 중립을 선택했던 대중. 모두 이 부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영화는 이 구조를 조용히 해체하며,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책임의 몫을 되돌려줍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복수를 선택한 것은 결국 이 부채의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관객은 묻게 됩니다. “그들의 선택을 막을 수 있었던 길은 무엇이었나?” 바로 진실규명, 사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사회적 기억의 공유입니다. 이 부채를 청산하는 방법은 지금도 존재합니다. 우리는 광주를 잊지 않는 교육, 책임자의 역사적 단죄, 왜곡에 맞서는 말하기를 통해 이 빚을 조금씩 갚아 나갈 수 있습니다. 영화 26년은 그렇게 행동으로 전환되는 기억을 요구하며, 오늘날 관객의 양심을 두드립니다.

26년은 광주 이후의 시간을 살아온 후속세대의 상처, 세대를 관통하는 트라우마, 그리고 우리 모두가 짊어진 도덕적 부채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말합니다. “기억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바뀌지 않는다.” 지금의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광주를 기억하고 있는가? 그 기억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지닌 윤리적 나침반입니다. 말하고, 기록하고, 행동합시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응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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