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잔혹사"의 상징과 시대성-장발, 바지통, 자율성
2004년 개봉한 유하 감독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그저 복고풍 학원물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1970년대 후반 서울 강남 개발기와 맞물려 성장한 교육 시스템, 그리고 그 속에서 억눌린 청춘의 갈등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특히 장발, 바지통, 자율성이라는 키워드는 단순한 스타일이 아닌, 사회가 청춘을 억압했던 시대의 상징물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상징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당시 한국 사회의 위계 구조와 청춘들의 저항을 분석하며, 영화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를 짚어보겠습니다.장발: 길어진 머리카락에 담긴 존재 증명1970년대 후반의 한국은 외모가 곧 사상이라는 시대였습니다. 특히 남성 장발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규제하던 문제였습니다. 긴 머리는 '불량'의 상징이었고, 공공장소에서 경찰이나..
2025. 11. 3.
남성청춘의 잃어버린 초상-비트,허무,충동
1997년 개봉한 영화 비트는 정우성이라는 배우의 얼굴로 기억되지만, 그보다 더 깊게 남는 것은 ‘청춘의 초상’입니다. 이 영화는 남성 청춘들이 겪는 방황, 폭력, 허무함, 사랑과 우정의 충돌을 통해, 사회가 말하지 않는 청춘의 고통을 그려냈습니다. 특히 무기력과 충동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한 세대의 감정을 매우 감각적으로 담아내, 지금 다시 봐도 전혀 낡지 않은 감정을 건드립니다. 본 글에서는 비트 속 남성 청춘의 정체성, 허무주의적 감정, 그리고 충동의 방향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이 작품을 다시 들여다봅니다.청춘의 정체성: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민정우성이 연기한 민은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속하지 못한 존재’입니다. 그는 일반적인 고등학생처럼 진로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학업에도 관..
2025. 11. 2.
40대가 다시 본 영화"친구"-추억, 현실, 무게감
2001년 개봉한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는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현실적이고 감정적인 조폭 영화로 꼽힙니다. ‘우정’이라는 친숙한 단어 속에 숨겨진 경쟁, 배신, 죽음 등 삶의 진짜 무게를 담아낸 이 영화는 당시 10대~20대였던 관객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20여 년이 흐른 지금, 그 세대는 40대가 되었습니다. 다시 영화를 보는 이들은 이제 단순한 감동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깊은 성찰의 기회를 갖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영화 친구를 40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추억’, ‘현실’, ‘무게감’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해보겠습니다.추억: 교복 입은 네 소년, 웃으며 울던 시절영화 친구의 초반은 1970~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네 명의 친구가 만들어가는 우정의 서사로 시작합니다. 준석, ..
2025. 11. 2.